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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of Things

Curatorial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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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논픽션홈이 소월길 mmmg 건물 4층 옥상에 설치됐다. 남산서울타워가 보이는 루프트탑에 등받이 없는 스툴이 회색 방수 칠을 한 옥상에 쌓여 있거나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낯설었다. 전시 명을 다시 보았다. ≪책은 읽지 않아도, 우린 앉아 있다≫. 이후 논픽션홈의 의자는 서촌의 작은 카페에, 슈퍼마켓에, 갤러리에, 스튜디오 한 모퉁이에, 드문드문 그러나 지속성을 가지고 설치되었다. 논픽션홈은 꾸준히 ‘설치’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이 단어를 사용하던 초반에는 바닥, 벽체, 천장을 허물고 다시 내부를 갈아 엎는 전면 공사에 대한 회의감을 언급했다. 공사하지 않고 가구를 설치하는 것만으로 공간이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이 자성적인 질문에서 논픽션홈은 출발한다. 2017년 논픽션홈은 ≪서울에 집 없다≫는 전시를 망원동에서 열었다. ‘좋은 영화 보고 좋은 책 보면 삶이 좀 더 좋아질 줄 알았는데 안 좋아진다. 이제 좀 괜찮아지나 싶었는데 이게 가장 괜찮아진 거란 걸 알았다’는 전시 소개의 마지막 문장을 거듭 읽었다. 삶이 나아지려면, 좋은 영화와 좋은 책, 이젠 괜찮은 가구가 필요한 나이가 되었다. 생활의 실질적인 접촉물이 품위를 가져야 한다. 집에는 닿지 못했다. 서울에서 집을 구하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니까. 2020년 논픽션홈은 ≪리빙, 서울 8평Living, Seoul 8py≫이라는 전시를 열었다. 조규엽 디자이너의 실제 거주 공간인 8평짜리 연남동 옥탑방을 공개했다. “열심히 살아도 생활이 별로 나아지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 작고 어두운 집이 싫어 밖으로 떠돌다 보니 되려 피곤했다. 문제는 집이었다. 집을 바꿔야 했다.” 그렇게 바꾼 ‘서울 8평의 집’. 창문이 많아 볕이 잘 들고, 바람도 잘 통하는 집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과 장소’를 가지고 싶었던 조규엽은 마침내 서울에 집과 가구를 마련했다. 괜찮은 생활에 대한 욕구는 삶에 대한 긍정으로 확장되었다. 이 작은 거처에 논픽션홈이 설치됐고, 그 자체가 한 사람의 논픽션 홈이었다. 그리고 논픽션홈은 한 세대의 서울 정착기를 따라가게 했다. 

미술에서 설치는 전시를 위해 작품을 걸거나 배치하는 작업 전반을 일컫는다. 설치 미술은 장소와 공간이 작업의 환경이자 일부로 작동한다. ‘설치’라는 단어 아래 놓인 논픽션홈의 초기 가구는 사물이 가진 하나의 완결성과 독립성에 집중했다. 갈수록 논픽션홈의 설치는 공간, 가구,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 탐색한다. 회화 작품을 바라보는 의자, 읽던 책을 임시보관하는 의자, 조명등과 대구를 이루는 의자…. 우리는 이제 가구가 놓인 곳에서 바라보는 대상, 가구와 연결된 사물과 사람과 장면, 가구를 둘러싸고 있는 분위기를 관찰한다. 가구가 조용히 우리에게 청하는 제스처에 응한다. 가구의 고요함에 동참하거나 가구와의 대화에 가담한다. 아니 그저 가구와 함께 존재하기만 해도 된다. 

논픽션홈의 설치는 사물을 그 공간에 두고 오는 것에 가깝다. 설치는 그래서 필연적으로 어디에 두느냐, 배치의 사고가 요구된다. 조규엽은 이 아이디어를 책 속의 문장에서 찾는다. 좋아하는 문장은 쉽고 단순한 단어의 배열이었다. 그 배열만으로 구조와 의미가 여러 층위로 환기되며 다양한 감정을 불러왔다. 논픽션홈은 단어를 배열하는 작가처럼 가구의 배열을 골몰한다. 공간의 마감이나 장식, 재료와 상관 없이 가구의 배열을 통해 공간의 성격을 구성한다. 마치 시인이 시어를 고르는 것처럼. 단어가 독립하면서 연결되는 것처럼, 가구는 독립하면서 연결된다. 논픽션홈의 배열은 체계와 구축을 지향하지 않는다. 논픽션홈의 배열은 리듬과 흐름을 조율한다. 그렇게 단어는 시가 되고, 선언이 되고, 노래가 되고, 이미지가 된다. 단어는 오해되고 이해된다. 그렇게 어떤 시작이 흥얼거린다. 

기획∙글 임나리 워키토키갤러리 대표

Copyright ⓒ 2022 Walkie-Talkie Gallery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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