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USE of JEONSAN
하우스 오브 전산 
2023.4.15. - 4.23.

HOUSE of JEONSAN
하우스 오브 전산

2023.4.15. - 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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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ratorial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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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ratorial Essay

전산의 등장
전산은 본명이다. 대안학교를 졸업한 그는 19살 나이에 아버지를 따라 건설 현장에서 목수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새벽 6시에 집 짓는 공사 현장에 도착하는 성실한 생활을 그는 3년간 지속했다. 건설 현장에서 그가 습득한 건 생각을 통해 손과 몸을 움직이는 방식과 감각을 터득한 일이다. 하지만 그는 더 나은 삶을 갈구했다. 실제 거주자의 삶은 외면한 채 용적률만 맞춘 집 공사가 아닌, 남이 준 도면에 맞춰 건설만 하는 게 아닌, 무언가 더 의미 있는 것을 배우고 싶다는 열망에 순수하게 사로잡혔다. 그는 뒤늦게 파주 타이포그래피 학교(일명 이하 PaTI)에 진학했다. 고등학교와 대학교 모두 대안학교를 선택한 것이다. 제도권 교육을 받지 않은 그는 디자이너와 사회 구성원으로 동화하기보다 황무지를 개간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그는 교육도 삶의 방식도 본인이 선택했다...
Curatorial Essay
전산의 등장 
전산은 본명이다. 대안학교를 졸업한 그는 19살 나이에 아버지를 따라 건설 현장에서 목수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새벽 6시에 집 짓는 공사 현장에 도착하는 성실한 생활을 그는 3년간 지속했다. 건설 현장에서 그가 습득한 건 생각을 통해 손과 몸을 움직이는 방식과 감각을 터득한 일이다. 하지만 그는 더 나은 삶을 갈구했다. 실제 거주자의 삶은 외면한 채 용적률만 맞춘 집 공사가 아닌, 남이 준 도면에 맞춰 건설만 하는 게 아닌, 무언가 더 의미 있는 것을 배우고 싶다는 열망에 순수하게 사로잡혔다. 그는 뒤늦게 파주 타이포그래피 학교(일명 이하 PaTI)에 진학했다. 고등학교와 대학교 모두 대안학교를 선택한 것이다. 제도권 교육을 받지 않은 그는 디자이너와 사회 구성원으로 동화하기보다 황무지를 개간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그는 교육도 삶의 방식도 본인이 선택했다. 전산을 개인적으로 처음 만난 건 서울역 TMO Shop에서 열린 작은 전시였다. 색종이처럼 경쾌한 색색의 책장이 1단, 2단, 3단으로 나뉘어 설치되었다. 전시장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전산은 구석에 조용히 앉아 있었지만 관람객을 슬쩍 볼 뿐 작품을 설명할 의지도, 판매할 서비스 마인드도 없어 보였다. 그는 수줍음이 많았다. 컬러 호마이카로 제작해 ‘컬러 쉘브’라는 이름이 붙은 이 책장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미비했다. 그때 그는 깨달았다. ‘가구, 정말 안 팔린다.’ 컬러 쉘브가 겨우 몇 개 판매됐고, 누군가 인스타그램에 그의 가구를 올렸다. 놀랍게도 그의 책장은 인스타그램 피드를 타고 퍼져 나갔다. 인스타그램 피드는 순식간에 수백 개를 넘었고, 팔로워는 차곡차곡 쌓여 현재(2023년 3월 기준) 4만 명을 넘었다.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개인 사업자였던 전산시스템이 사람들에게 브랜드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전산시스템의 가구 판매 매출이 디자인 스튜디오 용역 매출보다 높아졌다. 역전한 순간, 그는 또다시 깨달았다. ‘대충하면 안 된다. 제대로 해야한다.’ 포털 사이트에서 ‘전산시스템’을 검색하면 수백 개의 리뷰가 나온다. 맘카페와 당근마켓, 중고나라에서도 전산시스템의 가구에 대한 정보가 떠돈다. 그는 가구 디자인이라는 영역에서 어렵다고 생각한 현상을 가능하게 했다. 패션, 직물, 문구, 출판 같은 영역에서는 어렵지 않게 시도한 일이다. 우선 가구라는 제품군의 특성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1.가구는 계절마다 구매할 수 있는 제품군이 아니다.(드물게 팔린다.) 2. 가격이 높다. (드물게 팔린다.) 3. 포장이 어렵다. (별도 대형 박스를 제작해야 한다.) 4. 배송 사고가 많다.(전문가가 배송해야 한다.) 5. 그러므로 기존 유통 시스템에 합류할 수 없다. 전산은 결국 가구 전문 배송 시스템, 이를 뒷받침할 자본을 구축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가구 유통을 위한 포장과 배송은 스웨터 하나를 포장하고 배송하는 것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일이다. 전산시스템은 다른 영역에서 폭발적으로 일어났던 개인 디자이너 브랜드의 성공을 가구라는 불모지에서 이루어내기 위해 치밀하게 계획하고 실행했다.  

시스템 가구와 전산시스템 
한국에는 주방 가구 브랜드 한샘과 사무 가구 브랜드 퍼시스라는 양대산맥이 든든하게 존재한다. 이 두 브랜드는 ‘주거 환경과 사무 환경을 개선한다’는 신념에서 출발했다. 두 회사는 개별적인 존재였던 가구들을 세트로 묶었고, 일련의 체계를 만들었으며, 더 나아가 가구와 공간을 통합한 시퀀스를 연출하고 기획했다. 시스템 가구의 등장이었다. 시스템 가구의 등장은 우리가 지금 같은 현대적인 삶을 쾌적하게 누릴 수 있도록 한 한국 디자인사의 주요 사건이었다. 브랜드라는 인식이 없던 시절 한샘과 퍼시스는 가구업계에서 가구가 브랜드가 될 수 있음을, 그것이 신뢰와 품질에 대한 표식이 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 브랜드는 페르소나를 요구한다. 그것은 맞춤형 가면을 착용한 채 세심하게 조율된 정체성을 연기하게 한다. 브랜드에는 한 개인 디자이너가 없다. 이것이 전산시스템이 새로운 세대의 디자이너로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전산시스템은 전산이란 한 개인 디자이너로부터 출발한다. 전산은 제도권 교육을 받지 않은 디자이너이고, 건설 현장에서 생각하는 손을 습득한 노동자이며, 스스로의 독립적인 터전을 구축하고자 한 반듯한 젊은이다. 그의 이런 다면적이면서 일체화된 자아는 모두 전산시스템에 녹아 있다. 전산은 만들고 조립하고 마감하고 검수하고 포장하고 상차하고 배송한다. 소비자에게 안내 문자를 보낸다. 그는 한 제품과 한 브랜드를 대표해 커뮤니케이션하고 프레젠테이션하는 주체다. 전산시스템의 가구가 파주 한 창고에서 출발해 소비자의 현관 앞에 놓이기까지 그는 도망치거나 쭈뼛하는 순간이 없다. 전산은 가구의 도어투도어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 모든 과정에는 전산이라는 한 디자이너의 자아가 개입해 있다. 소비자는 전산시스템에서 ‘전산’을 구매한다. 우리가 패션 브랜드를 소비하는 것처럼. 전산은 지금 시대에 자신의 세대가 가능한 제스처를 창조하고 도전했다. 전산은 신축 아파트로 주거 공간을 이주하고 나서야 알았다. 한국의 공동주택에는 주방, 옷장, 수납장 등은 붙박이 가구로 포함되어 있지만, 책장은 예외라는 사실을. 전산시스템의 ‘컬러 쉘브’는 그 틈을 파고 들었다. 이제 전산시스템은 ‘컬러 쉘브’를 발판 삼아 우리의 주거 환경을 바라보고자 한다. 주거 환경은 합리적이고 아름답게 개선될 여지가 있다. 전산은 건설 현장의 절망에서 희망하고, 교육 현장에서 마주한 것을 실천하고, 디자인 현장에서 포기한 것을 몸으로 밀어붙였다.

조립의 세계관 
전산이 파티 시절 한 작업을 보면 지금 전산시스템의 뿌리를 알 수 있다. 전산의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작업은 졸업 작품 ‘설거지차’다. 당시 봇물 터지듯 많아진 축제와 야시장 같은 도시의 야외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하드웨어로 설계했고, 실제 다양한 행사에서 사용했다. 식사나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식탁, 화덕과 싱크대를 갖춘 조리대, 식기구를 보관할 수 있는 그릇 보관대 등 공간 규모와 행사의 기획에 따라 여러 유닛을 간편하게 조합할 수 있도록 했다. 물통과 가스통 같은 설비도 갖췄다. 이 유닛은 현장에서 조립, 설치, 해체가 가능했다. 리어카에 조밀하게 담겨 이동과 보관도 용이했다. 그의 설거지차는 사람들이 모여 그 안에서 다양한 행위가 일어나도록 유도한다. 그에게 가구는 참여를 청하는 적극적인 제안이다. 그 제안을 통해 사람들은 가구 주변으로 모여들어 일시적인 공동체를 형성한다. 사물과 공간을 인지하고 느끼고 파악하는 방식을 스스로 배워온 그는 유기적으로 사물을 바라보기보다 분해하고 해체하고 조립하며 입체화한다. 전산의 설거지차도, 전산시스템의 모든 가구들도 조립이 기본이다. 조립은 사물의 전개도와 순서도를 그릴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설계도와 블록만 있으면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레고처럼 복잡한 세상의 메커니즘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치환해 재조립한다. 그렇기에 그는 온갖 사물, 나아가 세상까지 설계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조립은 질서와 체계를 세우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디자이너이자 디자인 운동가였던 엔조 마리는 ‘물건을 만드는 과정’과 ‘이를 만드는 사람들’의 가치와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또한 “창조력이란 행동에 의해 발견되는 것이다. 지성은 손에서 탄생한다”고 말했다. 전산은 디자이너이자 제작자로서, 회사 대표로서, 브랜드 운영자로서 ‘과정과 사람’의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시스템화한다. 그렇기에 그가 조립한 세계는 단단하고 유용하고 지성적이다. 전산의 한자 이름은 全山. 그는 나무를 심고 산을 그린다. 그는 아름다움이라는 추상적인 가치를 획득하기 위해 나무를 심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걸 안다. 

기획∙글 임나리 워키토키갤러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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