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가구에게 일어난 일≫에 등장하는 모든 사물은 작가 사사건건의 자택을 채웠던 '원본 가구'와 이를 기반으로 새롭게 설계된 '재구성된 사물'의 관계를 증명하는 상징적인 오브제들입니다.

어디든 집으로 만드는 가구의 힘
사사건건에게 장롱은 수납함이기 전에 공간의 지도를 그리는 첫 번째 점입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안방을 지키던 촌스러운 몰딩 장식. 그 장식만 눈에 들어오면 낯선 천장 아래서도 금세 마음이 놓였습니다. 일곱 번의 이사를 거치며 깨달은 것은, 나를 지키는 건 공간이 아니라 언제나 함께 이삿짐 트럭에 올랐던 커다란 덩어리들이었다는 사실입니다.
매끈한 효율 대신 투박한 손길을 선택하기
새로 이사한 집 복도에 놓인 소나무 합판 옷장. 작가는 그 거대한 면적이 그저 '산업재'의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는 것이 못내 서먹했습니다. 효율과 경제성이라는 이름 뒤에 숨은 매끈한 침묵. 작가는 그 침묵 위에 작은 균열을 내기로 합니다. 테이프로 성긴 밑그림을 그리고 조각칼을 꺼내 들어 딱딱한 나무 판재를 파내며 투박하지만 정직한 선들을 새겨 넣었습니다.

장롱, 소나무 합판 위 아크릴 물감, W3200 x D575 x H2240mm, 2024 (자택 원본)
이탈리아의 별과 아치가 내려앉은 자리
2024년 가을, 이탈리아 여행은 방황하던 선들에 구체적인 '장면'을 선물했습니다. 다 빈치의 천장화 속 얽힌 가지들, 볼로냐 성당 기둥을 단단히 감았던 철띠, 아득한 높이에서 내려다본 탑의 실루엣. 여행지에서 마주한 찰나의 잔상들은 작가의 눈을 통과해 가구의 표면 위로 내려앉았습니다. 이는 꾸며낸 장식이 아니라, 작가가 세상과 교류하며 얻은 감각을 기억의 언어로 번역한 결과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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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금속이 서로를 포용하는 방식
사적인 일기장 같던 가구를 전시장이라는 공공의 무대로 옮기기 위해 사사건건은 설계자로서 '맞물림'의 논리를 고민했습니다. 나무와 금속이라는 이질적인 재료들이 충돌하지 않고 구조적으로, 동시에 장식적으로 정교하게 맞물리는 지점을 찾아가고자 했습니다. 그 도면 상의 치열함 끝에 작가의 내밀한 기억은 타인과 교감할 수 있는 단단한 형태를 갖췄습니다. 가방과 열쇠를 거는 작은 갈고리들을 더하자 무겁던 나무 덩어리는 비로소 다정한 '쓸모'를 지닌 삶의 동반자가 됩니다.








작가노트


"한 곳에 오래 살았던 적이 없어요. 지금까지 7번 정도 이사를 다녔는데, 집이나 동네에 대한 기억보다 항상 함께 이사 다닌 안방의 장롱, 그런 것들이 집의 이미지를 만들어준다고 언젠간 느낀 적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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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가구에게 일어난 일≫에 등장하는 모든 사물은 작가 사사건건의 자택을 채웠던 '원본 가구'와 이를 기반으로 새롭게 설계된 '재구성된 사물'의 관계를 증명하는 상징적인 오브제들입니다.

어디든 집으로 만드는 가구의 힘
사사건건에게 장롱은 수납함이기 전에 공간의 지도를 그리는 첫 번째 점입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안방을 지키던 촌스러운 몰딩 장식. 그 장식만 눈에 들어오면 낯선 천장 아래서도 금세 마음이 놓였습니다. 일곱 번의 이사를 거치며 깨달은 것은, 나를 지키는 건 공간이 아니라 언제나 함께 이삿짐 트럭에 올랐던 커다란 덩어리들이었다는 사실입니다.
매끈한 효율 대신 투박한 손길을 선택하기
새로 이사한 집 복도에 놓인 소나무 합판 옷장. 작가는 그 거대한 면적이 그저 '산업재'의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는 것이 못내 서먹했습니다. 효율과 경제성이라는 이름 뒤에 숨은 매끈한 침묵. 작가는 그 침묵 위에 작은 균열을 내기로 합니다. 테이프로 성긴 밑그림을 그리고 조각칼을 꺼내 들어 딱딱한 나무 판재를 파내며 투박하지만 정직한 선들을 새겨 넣었습니다.

장롱, 소나무 합판 위 아크릴 물감, W3200 x D575 x H2240mm, 2024 (자택 원본)
이탈리아의 별과 아치가 내려앉은 자리
2024년 가을, 이탈리아 여행은 방황하던 선들에 구체적인 '장면'을 선물했습니다. 다 빈치의 천장화 속 얽힌 가지들, 볼로냐 성당 기둥을 단단히 감았던 철띠, 아득한 높이에서 내려다본 탑의 실루엣. 여행지에서 마주한 찰나의 잔상들은 작가의 눈을 통과해 가구의 표면 위로 내려앉았습니다. 이는 꾸며낸 장식이 아니라, 작가가 세상과 교류하며 얻은 감각을 기억의 언어로 번역한 결과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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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금속이 서로를 포용하는 방식
사적인 일기장 같던 가구를 전시장이라는 공공의 무대로 옮기기 위해 사사건건은 설계자로서 '맞물림'의 논리를 고민했습니다. 나무와 금속이라는 이질적인 재료들이 충돌하지 않고 구조적으로, 동시에 장식적으로 정교하게 맞물리는 지점을 찾아가고자 했습니다. 그 도면 상의 치열함 끝에 작가의 내밀한 기억은 타인과 교감할 수 있는 단단한 형태를 갖췄습니다. 가방과 열쇠를 거는 작은 갈고리들을 더하자 무겁던 나무 덩어리는 비로소 다정한 '쓸모'를 지닌 삶의 동반자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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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곳에 오래 살았던 적이 없어요. 지금까지 7번 정도 이사를 다녔는데, 집이나 동네에 대한 기억보다 항상 함께 이사 다닌 안방의 장롱, 그런 것들이 집의 이미지를 만들어준다고 언젠간 느낀 적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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