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가구에게 일어난 일≫에 등장하는 모든 사물은 작가 사사건건의 자택을 채웠던 '원본 가구'와 이를 기반으로 새롭게 설계된 '재구성된 사물'의 관계를 증명하는 상징적인 오브제들입니다.

대충 만든 면은 없다
가구 배치를 바꿀 때마다 무방비하게 드러나는 평범한 뒷모습. 작가는 그 무성의함이 못내 서운했습니다. ‘뒷판이 이토록 무성의하니 결국 벽에 붙여 쓸 수밖에 없지 않은가.’ 이 사소한 불만은 가구의 모든 면을 향한 집요한 설계로 이어졌습니다. 작가는 한국 전통 건축 맞배지붕 측면에서 비바람을 막아주는 ‘방풍널’의 형태를 책장 뒷면에 옮겨왔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을 향해 “이곳은 분명히 장식된 면입니다”라고 나직이 선언하듯이 말이죠.


책장, 라왕 합판 위 수성 스테인, 아크릴 물감, W600 x D168 x H990 mm, 2020
어디든 대응하는 전천후의 구조
모든 면을 공들여 디자인했기에 가구는 비로소 자유를 얻습니다. 바닥에 놓여 공간을 나누는 책장이었다가, 경첩을 달아 벽에 매달면 공중에 부유하는 ‘벽장’이 되기도 합니다. 이 과감한 구조적 전환은 사물이 어느 면으로든 당당히 설 수 있는 만듦새를 갖췄기에 가능했습니다. 고정된 벽 대신 잘게 쪼개진 수납장들을 조합해 언제든 해체하고 가져갈 수 있는 가변적인 구조. 이는 끊임없이 이주하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유용한 사물의 태도이기도 합니다.





도면 위에서 매만진 고민의 흔적
원래 작가가 좋아하던 것은 손으로 직접 그려 넣은 찌글찌글하고 투박한 선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사물 sskk-3을 금속으로 재현하는 과정에서, 기계로 절삭된 금속 선은 작가의 고민이 생략된 듯 너무나 매끈하고 무심한 형태가 되었습니다. 작가는 그 무심함을 극복하기 위해 도면 위에서 다시 집요하게 매달렸습니다. 평소 애정을 가졌던 타원의 형태를 깎고 다듬으며 수없이 도면을 매만진 끝에, 지금의 나뭇잎을 닮은 부드러운 곡선이 탄생했습니다.








작가노트


"저는 집에 벽을 하나 세우더라도, 나중에 이사 갈 때 그대로 가져갈 수 있는 벽을 만들고 싶어요. 사실 이렇게 하면 재료도 훨씬 많이 들어가고 구조적으로도 불안정할 수 있죠. 효율만 따지면 불필요한 일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저는 우리가 끊임없이 이주하며 살아가는 존재라는 걸 잘 알아요. 그래서 저는 저를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늘 말합니다. ‘이 가구를 계속 들고 다니며 사용해 주세요. 당신의 시간을 묻혀 낡게 만들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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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가구에게 일어난 일≫에 등장하는 모든 사물은 작가 사사건건의 자택을 채웠던 '원본 가구'와 이를 기반으로 새롭게 설계된 '재구성된 사물'의 관계를 증명하는 상징적인 오브제들입니다.

대충 만든 면은 없다
가구 배치를 바꿀 때마다 무방비하게 드러나는 평범한 뒷모습. 작가는 그 무성의함이 못내 서운했습니다. ‘뒷판이 이토록 무성의하니 결국 벽에 붙여 쓸 수밖에 없지 않은가.’ 이 사소한 불만은 가구의 모든 면을 향한 집요한 설계로 이어졌습니다. 작가는 한국 전통 건축 맞배지붕 측면에서 비바람을 막아주는 ‘방풍널’의 형태를 책장 뒷면에 옮겨왔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을 향해 “이곳은 분명히 장식된 면입니다”라고 나직이 선언하듯이 말이죠.


책장, 라왕 합판 위 수성 스테인, 아크릴 물감, W600 x D168 x H990 mm, 2020
어디든 대응하는 전천후의 구조
모든 면을 공들여 디자인했기에 가구는 비로소 자유를 얻습니다. 바닥에 놓여 공간을 나누는 책장이었다가, 경첩을 달아 벽에 매달면 공중에 부유하는 ‘벽장’이 되기도 합니다. 이 과감한 구조적 전환은 사물이 어느 면으로든 당당히 설 수 있는 만듦새를 갖췄기에 가능했습니다. 고정된 벽 대신 잘게 쪼개진 수납장들을 조합해 언제든 해체하고 가져갈 수 있는 가변적인 구조. 이는 끊임없이 이주하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유용한 사물의 태도이기도 합니다.





도면 위에서 매만진 고민의 흔적
원래 작가가 좋아하던 것은 손으로 직접 그려 넣은 찌글찌글하고 투박한 선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사물 sskk-3을 금속으로 재현하는 과정에서, 기계로 절삭된 금속 선은 작가의 고민이 생략된 듯 너무나 매끈하고 무심한 형태가 되었습니다. 작가는 그 무심함을 극복하기 위해 도면 위에서 다시 집요하게 매달렸습니다. 평소 애정을 가졌던 타원의 형태를 깎고 다듬으며 수없이 도면을 매만진 끝에, 지금의 나뭇잎을 닮은 부드러운 곡선이 탄생했습니다.








작가노트


"저는 집에 벽을 하나 세우더라도, 나중에 이사 갈 때 그대로 가져갈 수 있는 벽을 만들고 싶어요. 사실 이렇게 하면 재료도 훨씬 많이 들어가고 구조적으로도 불안정할 수 있죠. 효율만 따지면 불필요한 일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저는 우리가 끊임없이 이주하며 살아가는 존재라는 걸 잘 알아요. 그래서 저는 저를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늘 말합니다. ‘이 가구를 계속 들고 다니며 사용해 주세요. 당신의 시간을 묻혀 낡게 만들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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